어렸을 때 빵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밀가루에 설탕과 프리마를 넣고 섞은 뒤 팬에 구워봤던 경험이 있다. 반죽도 발효도 하지 않았으니 먹을 수 있는 빵이 되었을 리는 없고 냉장고에 들어갔다 사라졌다. 반죽, 그것은 기억 속에만 남은 하얀 덩어리...
몇 년 전 마카롱 만들기가 한참 유행할 때 나도 홈베이킹을 독학으로 배워보겠다고 하던 시기라 망카롱(마카롱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망했다는 의미를 곁들여 만든 별칭)을 만들었고 실력은 늘지 않고 체중만 늘었다.
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반죽기와 오븐 등 홈베이킹 용품을 가지고 있고 종종 건강한 맛이 나는 식전빵류를 구워 먹는다. 솜씨는 없지만 갓 구워진 빵의 맛은 정말 좋기 때문이다. 사 먹는 빵에서 맛볼 수 없는 냄새와 식감이 있다.
언어공부도 늘 포기가 어렵다. 어쩌면 나는 언어공부를 좀 덜했다면 다른 분야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. 그렇지만 듣고, 읽고, 생각해 보고, 더듬거리면서 말하고, 번역기를 돌려서라도 전보다 조금 더 발전해 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. (이렇게 말하니 뭔가 학자나 전문가일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. 그냥 꾸준히 태국어와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하는 일반인들 중 하나고 영어를 하나 더 해보려고 한다.)
5학년에 관심을 가진 베이킹은 장래희망이 되지 못했다. 엄마가 살찐다고 말렸는데 나는 먹는 걸 참 좋아하는 편이라 만든 건 내가 다 먹는 사람이다. 엄마의 말이 맞다.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나는 혼자 빵을 굽고 있으니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. 어떤 성과가 없더라도 베이킹도 언어 공부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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